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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에 모심기 2015.6.8

그동안 키워온 모로 모심기를 했습니다.

작년에는 제가 부모님 일을 도와준다는 마음으로 해서 마음에 큰 부담이 없이 아버님이 부탁한 일들만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제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벼농사를 하다보니 힘든 일들이 참 많았습니다.

5군데의 논에 모를 심는데 작년과는 다르게 순차적으로 논 하나씩 모를 심었습니다. 이 방법이 일은 많치만 그만큼 하나 하나에 정성을 들여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제일 걱정이 됐던 부분이 친환경 농사이기에 제초제를 사용하지 못해 생기는 잡초(피)의 문제였습니다. 작년엔 논마다 잡초를 뽑느라 몇 주일 동안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잡초가 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 공을 많이 드렸습니다. 먼저 논바닥 수평을 맞추는 일(나라시)에 시간을 많이 들였습니다. 논에 높은 곳과 낮은 곳이 없이 수평이 되야 논에 물을 넣을 때 물 높이가 일정해져 모를 심은 후 잡초가 자랄 수 없게 됩니다. 그렇지 않고 물 위로 올라온 곳에는 어김없이 잡초가 많이 생기게 됩니다.

모를 심기 위해서는 보통 처음 마른 논을 쟁기질해서 땅을 갈아엎고, 물을 많이 넣어서 로터리질(써러질)을 2회 한 후에 모심기를 합니다.

그런데 높은 곳과 낮은 곳의 차이를 없애기 위해서는 첫 번째 써래질(로터리 작업) 후에 높은 곳의 흙을 떠서 낮은 곳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써래질을 해서 지표면을 평평하게 해줍니다. 그런데 흙탕물 때문에 지면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적당히 작업을 하고 하루 정도 지난 후에 다시 보면 작업을 해야할 곳이 또 보입니다. 그러면 다시 수평을 잡는 작업을 하고 마지막으로 써래질을 해서 모를 심는 것입니다.

평상시에는 3회만 하면 되는 작업을 7번 정도 하다보니 일이 정말 많아지더군요. 높이 차이가 많은 논은 저의 작은 트랙터로 30톤 정도를 떠서 옮긴것 같습니다. 위에 모심는 사진을 보면 가까운 쪽은 물이 1cm 정도 차오른 상태이고 왼쪽 먼곳을 보면 수면 위로 흙이 살~짝 올라온 것이 보이죠? 논의 높이 차이가 2cm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거죠. 집 부엌에 있는 그 작은 싱크데도 높이 차이가 있어서 한쪽으로 물이 흐르기도 하는데, 길이가 100m나 되는 논에서 이정도 차이로 수평을 잡는다는 것은 참 힘든 일입니다.

사실 모를 직접 심는 일은 간단합니다. 모심는 것은 동네 형님께 부탁 드렸습니다. 저는 전화해서 모심을 일정을 잡고 키워온 모판을 모심는 논으로 옮기고 모를 심는 동안 이양기에 모판을 옮겨주는 일과 음료수 하나를 챙겨드리는 일이면 끝입니다. 그런데 모를 키우고 논을 준비하는 5주 정도 되는 기간 동안 계속 신경을 쓰고 둘러보고 작업을 해야하는 것이 힘든 작업이였습니다.


모심는 작업 중에 힘이 들어가는 작업이 모판을 옮기는 것입니다. 모판을 기르는 곳에서 모판을 트럭에 싣고, 다시 모심을 논으로 와서 원하는 위치에 내려놓은 다음, 모심는 동안 다시 이양기에 몇 판씩 싣는 것입니다. 그래서 힘들게 손으로 일하는 것을 싫어하는 저는 도구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트랙터 작업기인 버켓로더(바가지)에 실리는 모판랙(?)을 만든 것입니다. 보이는 것은 단순한 선반이지만 활용도 면에서 보면 많은 일을 줄여줍니다. 이 도구를 사용하지 않는 일반적인 경우 보통 5~6번, 많게는 8번 정도 모판을 들었다가 놓는 일을 반복해야 합니다.

왜 이렇게 많이 옮기는지 살펴볼까요? 먼저 못자리 논에 들어가서 모판을 들어서 트럭 근처에 있는 논뚝으로 옮깁니다. 옮기는 거리가 멀면 나르는 도구를 이용하는데 그러면 1회 추가됩니다. 그런 후에 트럭으로 싣고, 트럭을 모심을 논으로 옮긴 후에 모판을 논뚝에 내려놓습니다. 그런데 바로 모를 심는 것이 아니라면 논의 물에 담궈두었다가 모심기 직전에 다시 논뚝으로 옮겨서 물기를 뺍니다. 그리고 이양기로 싣습니다.

그런데 이 도구를 사용하면 딱 2회 만으로 작업이 끝날 수 있습니다.

위 사진과 같이 모판 바로 옆으로 이동하여 모판을 싣는 것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사진과 같이 이양기 옆으로 이동하여 모판을 직접 옮겨주는 것입니다. 그러면 딱 2회 들었다가 놓는 것으로 작업이 끝납니다. 게다가 버켓로더가 높이가 조절되기 때문에 위쪽 칸이나 아랫쪽 모두 적재하기가 참 편합니다.허리를 굽히지 않고 똑바로 서서 넣고 뺄 수가 있습니다.

사실 농사꾼이 힘쓰는 일을 싫어하면 않되는데 이런 작업은 잡초를 뽑는 것과 같이 손가락에 힘이 많이 들어가서 손가락이 붓게 됩니다. 손을 소중하게 생각하다보니 가능하다면 최대한 줄여야합니다.

이양기로 모를 심으면 처음에는 참 볼품없어 보입니다.

동네 다른 분들 보다 모판에 씨나락을 적게 뿌렸더니 더욱 초라해 보입니다. 게다가 위의 모는 키우는 중에 충이 생겨서 자닮유황과 자닮오일을 섞어서 방제를 했더니 오일 성분이 모의 잎에 남아서 모를 옮겨오는 동안 흙이 묻었는데 더욱 불쌍해 보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조금씩 커가는 것을 보니 낳아 보입니다.


그런데 또 모가 크다가 하루살이 같은 충이 생겨서 잎을 갈아 먹는데 방제를 해야할지 고민을 하게 만들더군요. 아직 한쪽만 이런 증상이 나타나서 방제는 하지 않았습니다.

또다른 어려움으로는 모 키가 작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씨나락을 적게 뿌렸더니 모들이 튼튼하게 자라서인지 키가 크질 않더군요. 아침 저녁으로 기온이 차서 더욱 늦다더군요. 모판에 싹이 올라와 모판을 깐지 1달이 됐는데도 모 키가 작았습니다. 키가 작으니 모심기를 하면 흙속으로 절반이 들어가서 땅 위로 올라온 길이가 2~4cm밖에 되지 않아서 물을 조금만 넣어서 물속에 잠기게 되어 모가 살 수 있을지 걱정을 참 많이 했고, 논 전체가 물에 잠기면서 모가 물속에 잠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 하루에도 5번씩 논을 살펴야 했습니다.

첫 번째 심은 논은 논의 수평도 잘 맛고 모 키도 작지 않았는데 물 높이를 잘 맞추지 못해 잡초가 상당히 많이 발생했습니다. 그 많은 잡초(피)를 뽑느라 10시간 정도 허리를 숙이고 잡초를 뽑아야 헸습니다. 참 힘들었습니다. 작년에 했던 그많은 고생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다른 논에는 밤잠을 설치며 논을 살폈고 다행이 다른 논에서는 잡초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잡초 관리는 물관리만 잘하면 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그 말을 실감하게 됐습니다. 물을 많이 넣을 수 없는 모심기 후로 1주일이 지났고 모의 키도 많이 자라서 물을 충분이 넣을 수 있게 되어 편하게 물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다른 농사일에 좀 더 시간을 쓸 수 있는 여력이 생겼습니다.


모심기가 끝난 논에는 물을 충분히 넣고 우렁이를 넣는데, 한 가지 재밋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잡초가 많은 논에 우렁이는 먹을 어린 잡초가 많아서 좋겠지만, 물관리를 잘 해서 잡초가 발생하지 않은 논에 뿌린 우렁이들은 먹을 잡초가 없어서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참 고마운 우렁이 입니다.